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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_Life

고대로 복사해서 베낀 파브르 곤충기

by Daankal D. Eastolany 2023. 9. 8.


창작 또는 번역을 한다는 것은 초벌 원고를 만들고 주변 선후배에 알리고 혹여나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수필, 시, 경제서, 인문학, 번역서 등등 모든 책이 그렇다.
그런에 이 번역본은 그런 행위가 전혀 없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칼럼을 송고하면 편집부에서 항상 팩트 체크를 한다.
인용글이 있으며 어디서 나왔는지 근거를 대야하고 미심쩍은 부분은 반드시 사실확인을 해야 비로서 기사로 나간다.
난데없이 글이 뚝딱 떨어지는게 결코 아니다.



학자라고 꽤나 고상한 척 했을 것이 눈에 보인다. 동료나 제자들에게도 위선을 떨었을 테고.
골방에 숨어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비밀리에 작업을 하는게 결코 즐거울리가 없었을 터인데
측은지심조차 생기지 않고 불쌍한 마음도 들지 않는다.



올 여름 올재에서 나온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보냈다.
앞선 글 "파브르 곤충기를 표절?"에서 간략히 다룬 내용이다.

 

https://stockist.tistory.com/1458

 

파브르 곤충기를 베꼈다?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21~25화

올재라고 하는 곳에서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을 내놨다. 5권 세트에 14,500원. 뭐시라? 다시 한번 확인해 봤는데 역시 5권에 1만4천원이다. 각 권당 600여 쪽으로 이루어진 완역본이다. 원전 1,2권을

stockist.tistory.com

 

 

 

두 책을 조금 비교해서 보니,
이건 완전히 베낀것이 틀림없다. 도대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까지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할 수 있다니 인간의 욕심이란 얼마나 추잡한가?


앞 뒤로 단어를 바꾸고 비슷한 용어로 대체하고 표절이 끝없이 이어진다.
표절, 베끼기, 훔치기, 도용하기.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재 클래식스 파브르 곤충기



올재 파브르 곤충기 본문 중에서 매매와 개미의 우화를 보자.
"명성은 특히 전설들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설화는 동물의 분야에서나 사람의 분야에서나 역사보다 우위에 선다."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지방에 틀어박힌 매미의 노래를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
"어린이는 특히 보존을 잘한다. 어린이의 기록 보관소에 맡겨 놓기만 하면, 관습과 전승이 불멸의 것이 된다."

베낀 파브르 곤충기는 아래와 같다.
"명성은 특히 전설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설화는 동물에서도 사람에서처럼 역사가 우선한다."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농촌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은 대개 매미의 노래를 모른다."
"어린이는 특히 보존을 매우 잘한다. 어린이의 기억 속에 맡겨지면 쓰임새와 관습은 불멸의 것이 된다."




원전에는 없고 노학자 3분의 각주가 들어간 부분도 고대로 베꼈다. 15장 나나니를 다룬 편에 나온 내용이다.

올재 파브르 곤충기에서는,
"파브르 씨의 차남 줄스 앙드레Jules Andre로 추정된다 - 편집자 주."

베낀 파르르 곤충기에는,
"여기서의 친구란 1877년에 사망한 파브르 씨의 차남 Jules Andre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편집자의 주석까지 그대로 베낄 생각을 했을까?
매미와 개미를 노래한 싯구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는지 통째로 갖다 썼다.

뻔뻔스럽구나. 한 번 도둑질이 어렵지 그 뒤로는 소도둑을 넘어 목장을 싹쓸이해서 털어갔구나.

 

 

 



**** 올재 클래식스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

역자 세 분은 20세기 초에 활동한 분이라 책을 읽으면서 낯설은 단어가 나와서 재밌다.
처음 보는 용어의 뜻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때로는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어휘가 있어서 외국어 사전을 들춰보기도 했다.

구글링으로도 안 나오는 단어는 한자를 찾아가며 대충의 뜻을 가늠해보면서 말이다.

반일이동연수선(半日移動鉛垂線).
대략의 뜻은 알겠는데 생소해서 찾아보니 웹 상에서는 도무지 나오지를 않는다.
아마도 오늘날의 용어로 바꾼다면 날짜변경선 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반나절.


처음 보는 단어를 조금 소개해 본다.

갈근거리다. 고등딱정벌레목, 주사에 쓰이는 분관 끝. 기관색(氣管索),
미치락달치락, 글겅이질, 동통, 어정버정, 바르작거리다

모질음, 갈기를 낼 수 있다, 무시근하다, 질름질름, 마무르다
걸구,  백악질, 그을다, 느즈러지다, 여든에 둥둥이(행동이 시원스럽지 못함)


순수한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팔꿈치맥(nervures cubitales)과 회귀맥(回歸脈, nervures recurrentes)

프랑스어 사전을 확인해보니 nervures는 시맥을 뜻하고 recurrentes는 회귀한다는 의미.
cubitales 는 cubital에서 왔으며 팔꿈치의 복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