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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rip

예전 한강변에서 풀무치 잡다가 세미원 갔다

by Daankal D. Eastolany 2024. 8. 1.



◈ 광릉 수목원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세미원' 있다. 

이곳의 슬로건은 '물과 꽃의 정원' 이니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필자가 찾은 이유는 두물머리 일대의 한강변에서 좋은 피사체를 찾기 위함이었으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라는 마음으로 잠시 들렸다.

 




입장료가 3,000원 인데 관람후 티켓을 제시하면 --아마 작은 박물관 입구에서-- 연꽃으로 만든 국수를 안겨준다. 

아니면 매점에 가서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이를 재원으로 일반관리비를 충당하는 것 같다.

 



  

 

 

 

 



▼ 오른쪽의 사진은 연잎으로 감싼 '연밥' 인가? 그 아래는 연꽃열매를 형상화 한 떡과 연근을 활용한 음식들

 



 

 

 

 

 

 

 





▼ 참나무류의 잎사귀를 유심히 살펴보면 똥그랗게 생긴 것이 마치 곤충의 알을 연상케하는 단단한 물체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직경이 대략 13mm 정도 되는지라 대형 나비/나방이 알인줄 알았다. 

그러나, 찾아본 결과 '참나무 잎 혹벌 Diplolepis noil-quercicola' 의 벌레집이라고 한다. 몸 크기가 2mm도 채 안 되는 녀석이 만들어내는 충영.

 

참나무잎혹벌, 충영(벌레집)



색상의 아주 다양하며 크기는 대략 15mm 내외다. 암놈이 알을 낳으면서 잎사귀에 상처를 내면 참나무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분비액을 뿜어낸다. 이것이 물방울 처럼 커지면서 잎에 찰싹 달라붙는다. 

이후 갈변하여(약 2주후 부터) 가을 낙엽과 함께 땅으로 떨어지고, 12월부터 우화하여 벌레혹을 먹으면서 성충이 된다.

 

갈변한 참나무잎혹벌 충영


 ▲ 산란은 1월부터 시작하는데 암컷 한마리가 최대 300여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필자도 여러가지 벌레집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매끈하게 공처럼 뽑아낸 것은 처음 접해봤다. 예전부터 한방에서는 일부 충영을 약재로 써왔고 민간요법에서는 술을 담궈 마시면 통풍에 효과 있다고 전한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컴퓨터로 옮기고 보니 그 주인공이 같이 찍혀있었다. 보기 드문 장면이요 횡재 한 기분이다.

 

달팽이 Acusta despecta sieboldiana



 


▼ 놀러갔다 오는 도중에 '왕파리매(학명 : Cophinopoda chinensis)' 를 동네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파리매' 는 곤충세계의 무서운 약탈자다. 놈들의 정체는 잘 알려져 있어서 영어권에서는 '강도 파리(Robber fly)' 라고도 부른다. 가시가 숭숭 돗아난 다리로 포식자를 꼼짝못하게 잡은 다음 주둥이를 꼽아 체액을 빨아먹는다.

가리는 것이 없이 무엇이든 잡아먹으며 때로는 장수말벌이 희생되기도 한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한강변이 넓은 풀밭이었다. 그리하여 방학 때면 메뚜기나 잠자리 등을 채집하러 자주 다녔다. 

친구들과 마포대교(내 기억으로는 서울대교라고 주춧돌에 적혔다)를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초지에는 그야말로 곤충들의 세상이었다.

눈이 띄는 대로 포충망을 휘둘렀다. 그러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벌레가 바로 파리매 종류였다. 

아마도 울퉁불퉁 우락부락하게 생긴 가슴의 구조에 뭔가 위압감 내지는 위화감을 느낀듯 싶다. 

게다가 놈들의 포식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 손가락도 저렇게 피흘리는 상처를 낼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왕파리매



나비나 나방 또한 잡지 않았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나비류의 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맹인이 된다는 속설이 파다하게 번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꽝스러운 미신이지만 꼬맹이들에게는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장님이 된 상태에서는 망태 할아버지에게 쉽게 유괴되어 버린다는 헛소문도 돌았다.

아뭏든 단칼이 거리낌없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녀석은 풀무치를 비롯한 메뚜기 종류나 잠자리였다. 

또한, 우리들이 '따닥개비(날아갈때 날개를 부딪혀서 따다다닥 소리가 나서)' 라고 불렀던 방아깨비도 중요한 표적이었다. 이렇게 재미난 시간을 보내다보면 시간은 훌쩍 2시를 넘긴다. 

불행하게도 식사시간이 한참을 지났고 배가 고파진다.

어느 누구도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기에 다시 마포대교를 걸어서 집으로 가야한다. 

그리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간은 3시 정도가 된다. 이렇게 초등학생 시절을 졸업할 즈음에 63빌딩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한강변 일대를 까 뭉개고 모래와 자갈을 퍼부으면서 유년시절의 곤충채집은 막을 내린다. 

아해들의 풀밭은 그렇게 없어져버렸다.

 

 

 

푸른 부전나비 Celastrina argiolus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른 부전 나비' 이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꺼먾고 실같은 녀석의 더듬이를 확대해서 보면 나름의 정교한 질서를 볼 수 있다. 요상하게도 생겼군.

 

푸른 부전나비 Celastrina argiolus

 

 

 

세미원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