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산성 일대에 자리잡은 성남시식물원을 둘러보자. 이 곳 진입로는 유원지로 개발되어 다시 찾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등산의 편의를 꾀한다는 목적으로 맨땅을 콘크리트로 발라버려서 걷는 맛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발바닥만 아프다. 워킹의 목적이 뭔가? 세상 천지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으니 그걸 피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성남시식물원
그래도 찾아간 이유가 한 가지 있기는 한데 그것은 끝에서 밝히겠다. 은행자연관찰원은 성남 도심의 한 가운데 있어서 규모가 작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절반 크기다. 원래는 폐기된 배수지였으며 이를 용도변경하여 생태공원으로 꾸몄다. 그런데 밤이 되면 동네 청소년들이 몰래 잠입해서 술담배와 불장난을 저지른다고 한다. ㅜ.,ㅜ;
▼ 뭐, 볼건 없다. 다만, 비닐하우스 안에 각종 벌레잡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 중에 하나인 끈끈이 주걱이다. 작은 곤충이 여기 달라 붙으면 옴짝달싹 못하고 식충식물의 밥이 된다. 방사형으로 줄기를 내며 높이와 크기는 약 15cm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북미 원산의 '사라세니아' 군체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발처럼 생긴 녀석이다..
▼ 파리지옥이다. 개미나 날파리 같은 벌레를 가두어 부족한 양분을 보충한다. 자극에 의해서 가시가 돋은 두 잎이 극히 빠른 순간에 맞물리면서 피식자를 가두어버리는 원리다. 이를 체험해 보겠다고 녀석들을 괴롭히지는 말지어다. 한번의 움직임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쓸데없이 건드리면 생육에 지장이 된다. 꽃도 피고 이쁘다.
사기꾼 풍선파리와 강도질 하는 밑들이를 아시나요?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44344&SRS_CD=0000013479
▼ 남한산성 입구에 샘물을 흐르게 하여 이름 붙이길 '우리 꽃동산' 이라고 했다. 크기래봤자 겨우 손바닥 만한 텃밭 수준이다. 하지만 이 등산로 근처에는 명주 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 들이 모여산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들의 사냥터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 입구라 서식지가 없어질 위험이 있음에도 잘 버티고 있다.
▼ ▲놈들의 사냥법은 간단하다. 고깔 모양의 모래 함정을 파고 작은 곤충들이 빠지면 잡아먹는다. 만약, 개미가 이 함정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모래를 던져서 탈출을 막는다. 그리하여 중심부로 밀려내려오면 강력한 턱으로 피식자를 쿡 찔러서 얌냠냠. 항상 모래 속에 숨어있으므로 실체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래 속의 살아있는 갈퀴, 개미귀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81312&SRS_CD=0000013479
▼ 녀석은 이렇게 단백질을 얻고 몇 번의 허물을 벗고나면 드디어 날개달린 성충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 인공 건조물 --심지어 쓰레기 뭉치들조차-- 은 곤충들에게 훌륭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좀벌의 일종으로 보이는데, 사찰 입구의 나무기둥 속을 파내어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30여분 지켜본 결과 드나들때 마다 주위를 살피는 것이 아마도 알을 낳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남한산성우리꽃동산
'시가도 귤빛 부전나비' 를 발견했다. 날개의 검은 점들이 마치 시가지를 보는 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체로 보면 나비들은 활동성이 강해서 좀처럼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추흰나비도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에 비해 녀석은 주로 어스름 해질녘에 날아다니며 낮에는 풀 숲에 앉아 쉰다.
그리하여 움직임이 적어서 수월하게 촬영을 할 수 있다. 만약, 피사체가 위험을 느껴서 달아났다면 인내심을 갖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길 바란다. 상당수의 곤충들은 '점유행동(자신이 세력권을 지키는)' 을 하므로 참을성을 발휘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경계심이 풀어지면 웬만한 움직임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팁이라면, 짝짓기 도중에는 살짝 건드려도 도망치지 않으므로 원하는 만큼 많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고기맛을 아는 나비, 서울에 산다
장식품처럼 어여쁜 부전나비들...세계적으로 7천여종, 한국에 80여종 살아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3719&SRS_CD=0000013479
▼ 우연찮게 '아시아 실잠자리 Ischnura asiatica(Brauer)' 의 '잠수 산란' 을 목격했다. 꼬리가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더니만, EggMoney나 몸통이 모두 물속에 잠겼다. 옆에서 올챙이가 건드려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 3분 정도 들여다봤지만 어떤 액션도 없다. 신기한 장면이라 한 참을 들여다보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건다.
고개를 들어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놈이(아니 년인가?) 없어져버렸다. 신출귀몰하는구나. 날개가 물에 젖은 날개로는 비행이 쉽지 않으니 더 깊이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개구리한테 먹힌 것일까? 빠져 나오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으면 완벽한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었는데. 아이고 아까워라.
헤드록을 하는 잠자리의 별난 짝짓기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60207&SRS_CD=0000013479
▼ '사송 수목 관찰원' 은 성남시에서 운영하기는 하지만 거리가 약간 떨어져있다. 그리고 장소도 협소 --은행자연관찰원의 절반도 안됨-- 하고 볼거리도 거의 없으며 구글 어스로도 위치를 찾을 수 없다. 조성된지 얼마 안되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찾아가는 길은 해당 홈페이지를 참조해야 하고 예약은 필수다.
사송수목원(사송수목관찰원) 위치
그렇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으니 단 1명의 관람객을 위해서도 오픈이 된다는 점이다. 단칼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호사를 접한 적이 있던가? ㅎㅎㅎ. 운때와 시간만 잘 맞추면 나홀로 숲속을 걸어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그냥 동네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이다.
몇그루 심어져 있는 소나무에서 '솔박각시' 를 발견했다.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편이고 나비종류와은 달리 색깔이 화려하지 않아서 덜 알려져있다. 하지만, 대형 나방 중에는 나비 못지 않게 화려한 녀석들이 많다. '산누에 나방류' 라든가 '가중 나방' 에 속한 녀석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수에 있어서는 나비목을 압도한다. 또한 '깜둥이 창나방(Thyris fenestrella seoulensis)' 은 낮에 활동하는 놈이다. 날개의 일부분이 투명한 막질이라 비춰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명칭에 '깜둥이' 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이는 약간의 아파르트헤이트 적인 냄새가 난다.
물론, 발견자가 이러한 편견에서 지은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시대상을 반영하여 다른 학명으로 부르는 것을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실제로 2001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레파스의 특정색을 '살색' 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 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었다.
그리하여 인권위는 이듬해 "한국산업규격(KS)에 특정색을 살색 이라고 한 것은 헌법 제 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기술표준원에 개정을 권고했다. 이런 연유로 2002년 부터는 살색 대신 '연주황' 으로 대체해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 개칭을 두고 이번에는 6명의 초/중학생들이 또다른 주장을 펼쳤다.
예술가의 창작 열의를 불태운 박각시
달리와 할스만, 양들의 침묵으로 이어지는 박각시 나방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4065&SRS_CD=0000013479
'어려운 한자로 부르는 것은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 이라며 '살구색' 으로 바꿔줄 것을 개진했던 것이다.
결국 ’살색 → 연주황 → 살구색’ 으로 정정되었다. 이 결정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권위 활동은 권력에 굴종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사람을 위하지 않고 위해를 가하고 있다.
각설하고, 이러한 까닭으로 '깜둥이'라는 명칭 대신 다른 학명으로 바꿔보자는 의견을 관련 잡지에 기고한 상태다.
▲ 아뭏든 나방은 좋은 피사체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좋은 것은 움직임이 적어서 마음 놓고 관찰할 수 있는 점이다. 더듬이나 다리, 날개를 살짝살짝 건드려도 날라가지 않는다. 살살 달래서 손등에 올려놓거나 옷에 붙여놔도 거리낌이 전혀 없다. 아마도 나비에 비해 몸둥이가 뚱뚱해서 그런 것일까? :-)
▼ 아래는 '네점박이 노린재의 알' 이다. 정확히 마름모꼴로 붙여놓은 것이 벌집의 구조와 같다. 알 뚜껑을 --깡통 따듯이-- 밀어젖히고 나오는 녀석들의 탄생은 숨죽이고 볼 만한 장면이다. 나와서도 알껍질 주위를 한동안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키틴질 막이 단단해지기를 기다린다.
올재 클래식스에서 나온 '파브르 곤충기 제4권 : 완벽한 스마일 아이콘 노린재' 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veetsal/222860998791
노린재의 알공예, 징그러울 수 있어요
고약한 냄새를 풍겨서 방귀벌레라고도 불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63983&SRS_CD=0000013479
◈ 사송수목관찰원의 건너편은 분당의 탄천이 흐른다. 개천변에는 초지와 꽃밭을 만들어 놨는데 청계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도시를 만들면서 산책로를 조성하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관찰원 관리자의 말을 빌리면 팔뚝 만한 물고기와 참게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물길을 직수로 뽑아 버려서 식생과 어종이 풍부하지는 않은 듯 싶다.
아마도 이 세 군데의 나들이 장소는 재탕삼탕해서 가보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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